[전시]

《아웃 오브 크로스헤어 Out of Crosshair》

2022년 4월 6일 (수) – 5월 1일 (일)
13:00 - 18:00 (월, 화 휴관)

장소: faction (서울시 성북구 삼선교로 78 B1)
기획: 윤태균, 문채원
협력: faction


제도와 시스템, 관례는 우리의 감각 방식과 감상을 중심과 주변부로 분할한다. 근대 조각의 도식은 좌대 위의 것에 작품의 지위를 부여하고 좌대 아래 것들을 배경으로 쫓아낸다. 회화의 관례는프레임 안의 것을 감상의 대상으로 임명하고 프레임 바깥의 것들을 감상의 영토에서 소거한다.

작업과 제작, 전시의 과정도 위와 같은 경계짓기와 쫓아내기를 동반한다.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 재료와 물품들은 기획된 작품의 최종 형태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 전시의 대상이 되지 않는 이러한 잉여들은 결국 작품의 전시에 포함되지 않고 창고에 박혀있거나, 마대 자루에 담겨 버려진다. 작품의 원활한 전시를 위해 전시 공간에 자리한 장비나 소도구들 또한 기획된 전시의 의미 테두리 바깥에 자리한다.

이처럼 제도적 미술관 공간과 현대 미술의 전시 관례에 익숙해진 우리는 장소의 다양한 감각 대상들을 의도적으로 망각한다. 다름과 차이라는 특성으로 정의되는 현대 미술은 공간 내 같음과 동일성으로 여겨지는 일상적 사물들의 창발성을 쉽사리 무시한다.

대상을 향한 렌즈, 그 속에서 십자선(crosshair)은 그 대상을 조준하도록 돕는다. 이 전시 《아웃 오브 크로스헤어 Out of Crosshair》에서는 관습이 조준해왔던 격자의 범위를 다른 편으로 살짝 돌린다. 큐레이터는 쫓겨났던 “예술이 아닌 것”의 망령들을 좌대 위로 소환한다. 이 전치의 장에서 이름 매겨진 망령들의 신체를 통해, 우리는 제도에서의 예술 감상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우리는 시선의 십자선을 다시금 조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