𝑆𝑝𝑎𝑐𝑒 𝑃𝑟𝑜𝑗𝑒𝑐𝑡
⟪사랑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2022년 9월 3일- 2022년 9월 6일
13:00 - 18:00 (휴관 없음)

기획·참여: 김아름 x 송하린
장소: 팩션 (서울특별시 성북구 삼선교로 78 B1)
서문: 윤태균
포스터 디자인: 김아름
주최·주관: 한국예술종합학교
제작지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공연전시센터


사랑이 오가는 경로들을 지도로 그려낼 수 있을까? 사랑은 항상 모호한 개념이다. 사랑은 특정한 감정으로 단정될 수 없으며 사랑의 대상은 그 어떠한 것이든 될 수 있다. 이처럼 명확히 알 수 없는 몸의 현상들을, 우리는 왜 사랑이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통칭할까. 인간에게 사랑의 순간은 신비하고 종교적인 현상이었다. 사랑이 함께하는 시공간은 우리의 몸을 휘감아 알 수 없는 인식적 장소로 이동시킨다. 이와 같은 경험들이 우리가 사랑을 마법과 같은 초자연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까닭일 것이다.

사랑은 우리가 뻗어나가며 만날 수 있는 모든 다른 몸들과 관계할 때에 가능하다. 이 몸들은 우리 자신을 포함한 모든 존재-인식의 경계 없는 개체들이다. 어떤 개체와 관계 맺을 때에, 우리는 이 개체의 어떤 양태들을 나와 동일시한다. 그리고 나의 어떤 양태들을 그 개체에게 내어준다. 이 서문에서 설명하는 ‘사랑하는 관계의 모양’을 굳이 삽화로 나타내자면, 플라톤의 《향연》에 등장하는 ‘쪼개지기 전의 인간’ 즉 개체와 개체가 붙어 있는 동체(同體)로 그려질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이의 개체들은 몸의 부분들을 공유한다. 그리고 서로를 소유하지 않으며 동시에 서로가 된 자신을 소유한다.

우리는 세계를 살아가며 같은 세계에 있는 모든 것들과 얽힌다. 몸들이 서로에게 얽혀들 때 이들은 서로를 자신의 장소로 초대한다. 타자를 알기 위해, 타자에게 말을 걸기 위해, 타자를 인식할 때에 우리는 그들을 우리의 장소로 초대해야 한다. 세계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를 둘러싼 물질을 사랑해야 한다.그렇기에 사랑은 항상 강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강력한 호르몬과 점멸하는 뉴런의 작용만이 우리에게 사랑의 경험을 제공하지는 않는 것이다. 오히려 사랑은 우리가 다른 어떤 것과 관계 맺고 얽히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관계가 사랑의 충분조건이다.

김아름과 송하린은 관측해온 사랑의 관계들을 이미지-공간으로 펼쳐낸다. 이 장소에서 사랑의 대상은 잠시나마 부재하지만 사랑의 관계는 여전히 지속된다. 회상은 우리가 관계 맺은 과거 모든 것들의 장소를 현재와 연계되도록 한다. 기다림은 -그것이 결코 도래하지 않을지라도- 우리가 미래에 관계 맺을 모든 것들을 사랑하도록 준비하게 만든다. 그리움은 우리가 여전히 사랑할 수 있으며, 사랑할 대상을 찾고 있다는 증상이다. 김아름과 송하린의 공간에는 사랑하는 대상이 직접 말을 걸지 않지만, 우리는 이미지로 연쇄된 관계들을 추적하여 결국 다다를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그것에, 우리 자신에.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사랑이 우리를 세계 안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존재-인식의 양태이기 때문이다.

(글. 윤태균)

⧫김아름 x 송하린
김아름은 영상작업을 통해 가상의 이야기와 존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송하린은 움직임을 통해 공간의 기능과 내러티브를 구현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